최근 국내에서 개봉도 하기 전부터 화제를 몰고 온 영화가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미국 민영의료보험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영화 ‘식코’(Sicco: 병자나 환자를 뜻하는 미국 속어)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새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국내에서는 3일 개봉예정입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100여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은 이 영화를 함께 보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을 정도입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는 소개 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파서 죽어가는 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사회. 의료서비스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상상 이상인 듯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 ‘식코’를 통해서 본 우리나라와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제도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초일류 강대국 미국의 자화상 = 10년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K씨는 현지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K씨와 함께 살던 아버님이 췌장에 혹이 생겨 처음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수술했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다행히 소개를 받아 더 큰 미국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중환자실에 일주일 넘게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지만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 완쾌 됐습니다. 당시 K씨의 아버님은 극빈자로 분류돼 수술비 등 20만 달러(당시 한화 가치로는 2억원이 넘는 금액) 가운데 실제 지급한 금액은 1000달러(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당시 K씨의 아버님과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다른 미국인 여성이 있었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은 당시 가입해 있던 민영보험사가 제공하는 보장범위를 벗어나 결국 수술도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의료체계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무어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후자와 같은 다양한 경우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식코’에서 다루는 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릭은 토목절단 작업을 하던 중 가운데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이 잘렸습니다. 병원에서 접합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확인해 본 결과 가운데 손가락은 6만 달러, 넷째 손가락은 1만 2000달러라는 얘기를 듣고 결국 가운데 손가락을 포기하게 됩니다. 사고로 다친 다리를 스스로 바늘로 꿰메고 있는 아담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도 있고, 보험도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는 엄청난 것입니다.
◆양극단의 의료서비스 = 그렇다고 영화처럼 미국의 의료체계가 모든 면에서 최악의 조건만 갖춘 것은 아닙니다. 극빈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엄청납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무상의료를 위해 사용되는 메디케어 예산이 250조원(2006년 자료)이며, 빈민의 무상의료에 투입되는 메디케이드 예산이 300조원(2004년 자료)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예산이 200조원 정도라는 점에 비쳐보면 얼마나 많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앞서 K씨 아버지의 경우처럼 2억원이 넘는 비용 가운데 실제 지급한 비용이 100만원 정도로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직장이든 개인이든 민영의료보험사와의 사적인 계약을 통해 자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민영의료보험 비용이 워낙 비싸다보니 현재 미국에서는 약 50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아예 보험가입조차 하지 않은 무보험 상태라고 합니다. 너무나 상반된 두 얼굴이 공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명박 정부, 미국을 닮아가나? = 아무리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국내에서 이처럼 관심을 끌고 있을까요. 다름 아닌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의료정책의 방향이 미국과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의료정책 가운데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완화(폐지),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민영건강보험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보험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만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 한다면서 공적영역인 건강보험의 혜택이 줄어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더구나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어떤 병원을 가든 보험혜택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현재의 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내용입니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며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실용주의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자본과 기업의 논리만 따르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로 인해 소외받게 되는 국민들의 저항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슴 따뜻한 실용주의 실현, 영화 ‘식코’가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출처 : 도움말: 손해보험협회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